공군은 장교로 입대하든 부사관, 병으로 입대하든 약 5일 간의 가입교 기간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3차 전형 기간이라고 불리는데, 이 기간에는 체력검정, 정밀신체검사, 피복수령, 예방접종 등의 절차가 진행됩니다. 본격적인 군생활이 시작되기 전에 실시되는 준비단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체력검정에서 탈락하거나 정밀신체검사 결과 불합격 판단이 결정되면 귀가해야 합니다. 집에 갈 수 있다는 기쁨이 아니라 아마 허탈한 기분만 남을 겁니다.
이제는 부모님,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시간
2016년 8월 29일,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137기 입영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한 공군 교육사령부로 입영해야 하므로 나와 부모님은 아침 7시 고속버스를 탔다. 인천에서 진주까지 가는데 약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입영행사는 오후 1시부터 시작하지만, 조금 일찍 가면 생활하게 될 생활관을 미리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빨리 출발하였다.
사실 나는 2011년 6월에 공군 병으로 입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 오늘은 두 번째로 군입대하는 날이었다. 한 번 거쳐갔던 곳이었기 때문에 진주터미널, 공군교육사령부가 낯설지가 않았다. 진주터미널과 교육사령부 모두 변한 것이 없었다. 나에겐 그저 익숙한 장소일 뿐이었다.
공군 교육사령부 정문에서 2차 전형 합격통지서를 헌병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깜짝 놀랄 상황이 벌어졌다. 정문 차량 통제를 하던 부사관이 내가 광주에서 공군 헌병으로 복무할 때 헌병반장이었던 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놀란 듯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분도 나를 아는척 해주었다. 왜 다시 왔냐고. 잠깐 인사만 나누고 나는 부모님과 입영을 하였다.
교육사령부 정문에서 버스를 타고 장교교육대대에 도착하였다. 훈련병 때 살짝 스쳐간 기억만 있는 곳이었다. 아마 교육사령부에서 가장 규모있는 대대가 아닐까 싶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명예관이라고 쓰여진 건물로 들어가니 생활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4인 1실이었는데 2층 침대가 두 개 있었다. 책상까지 있었다. 훈련병 때 생활하던 생활관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은 매우 좋았다. 나는 이런 곳에서라면 훈련도 재미있게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4인 1실을 사용한다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오후 12시 50분 정도가 되니 입영행사를 위하여 이동을 해야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나와 부모님은 빨간 모자의 인솔로 기본군사훈련단 연병장에 도착하였다. 이미 많은 가족 친지분들이 입영행사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두 번째 입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나 사실 입영행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만 머리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이 나왔다. “가족 및 친지 분들과 입영 장정들의 분리가 있겠습니다.” 이제 사회와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두 번째 입영이었지만 이때만큼은 항상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주변에서는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나는 담담한 표정을 부모님에게 지어보이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부모님에게 큰 절을 하는 행사를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훈련을 받겠다는 의미에서 거수경례를 하였다.
이것으로 입영행사가 모두 끝났다. 입영장정들은 이제 빨간 모자의 인솔 아래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연병장을 한 바퀴 돌면서 부모님들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우리는 전천후를 지나 다시 장교교육대대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빨간 모자를 쓴 훈육관은 우리를 존대해주며, 예비후보생들은 문 앞에 자신의 이름이 쓰여있는 곳에 들어가 대기를 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나는 정예관이라는 건물로 들어가 내 이름을 확인하고 나에게 배정된 생활관에 들어갔다. 아직 그 생활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만나는 가소대 사람들
나 혼자 생활관에 뻘쭘하게 우두커니 서 있는데 누군가 생활관으로 들어왔다. 덩치가 큰 어떤 남자였다. 노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저 머리가 훈육관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는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입교 기간 동안 같이 지낼 동기들이니 큰 다툼 없이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쩌면 같은 소대가 되어 3개월 훈련을 같이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연이어 2명의 동기가 더 들어왔다. 한 명은 쿵푸팬더 같이 귀엽게 생긴 동기였고, 다른 한 명은 안경을 쓰고 해리포터 머리를 했던 동기였다.
가입교 기간에는 정말 하는 게 많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대기하다가 호출되면 나갔다 들어오고, 그 중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체력검정 3km 달리기 뿐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4명은 서로 대화할 시간이 정말 많았다. 가입교 기간에 시간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하여 미리 확인을 했었던 나는 책을 가져갔었지만 동기들과의 대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룸메이트 중에 베이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동기가 있었는데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 중국과 북한과 관련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중국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다른 동기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 같은데 매일 기도문을 외우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혼자 중얼거리는 건줄 알았는데 기도하는 모습이라는 걸 나중에 가서야 알았다. 마지막으로 덩치 큰 그 동기는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다 왔다고 했다. 학교 생활이 힘들어 군 입대를 결심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이곳에 적을 수가 없다.
우리 생활관은 항상 대화의 장이 열렸었다. 그 흥미로운 소리를 들은 옆 방의 다른 동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옆 방 동기는 자주 우리 생활관에 놀러와 같이 대화를 하며 놀았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마음에 들었다.
너무나도 친절한 훈육관들
우리들의 가입교 기간(3차 전형 기간)의 공식적인 신분은 민간인이다. 입영주 금요일에 최종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는데 이때부터 우리는 후보생으로 불리게 된다. 이 기간동안 빨간 모자를 쓴 훈육관들은 우리들을 존대해준다. 어떤 말을 할 때에도, 방송을 할 때에도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고 우리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든지 그냥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예비후보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돌던 소문이 있었다. 나도 몰랐던 것이었는데 가입교 기간 중의 예비후보생 태도에 따라 훈육 방침이 달라진다는 소문이었다. 사실 가입교 기간에 좋은 태도를 보여주지는 못 했었다. 식사 시간에 지각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고, 짝다리를 짚는 것 때문에 누군가가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이것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 처리에 있어서도 삐걱대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앞으로의 훈련이 고단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가입교 기간이 아무리 편할지언정 너무 막 나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후배들이 잘 알아두었으면 한다. 이 기간중에는 민간인 신분일지라도 입영장정이며 예비후보생이기 때문이다. 누가 우리를 훈육시키는 것인지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3차 전형 체력검정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3차 전형 중 체력검정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체력검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 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불합격이기 때문이다. 체력검정 종목은 1.5km 오래달리기 하나였지만 최종합격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많은 동기들이 긴장을 하였다.
장교교육대대 연병장을 달리는 것으로 1.5km 오래달리기 체력검정을 하였는데, 여기에서 탈락한 인원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동기들이 합격을 하였으나 불합격한 인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3차 전형에서 불합격하는 인원들은 그날 짐을 싸서 집에 가게 된다. 그동안 받았던 각종 보급품과 피복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리 보급품을 나눠주더라도 불합격의 가능성이 있으니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3차 전형 체력검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체력이 약하다 싶으면 하루에 1.5km씩 오래달리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3차 전형 정밀신체검사
3차 전형에는 정밀신체검사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인원들이지만 공군에서는 장교, 부사관, 병 가리지 않고 다시 재검을 실시한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건강이 악화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밀신체검사 항목으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시력검사, 흉부 X-ray 검사, 문신 및 외관 검사 등이 있다. 문신 및 외관 검사는 상의, 하의를 모두 벗고 실시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피부병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군의관에게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다.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이 검사는 간단하게 끝난다.
의외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혈액검사에서는 간수치, 소변검사에서는 단백뇨가 불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할 때 금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1차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인원에 한하여 금식을 한 후 재검사를 한다. 혈액검사의 결과상 간수치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 상승할 수도 있으므로 입대 전에는 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처음 만져보는 전투복, 피복수령
기본적으로 가입교 기간에는 사회에서 가져온 옷을 입고 생활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군 학사장교로 입대를 한다면 여벌의 옷을 챙겨와야 한다. 물론 가입교 기간에는 세면도구도 보급되지 않기 때문에 씻고 싶다면 폼클렌징이나 바디워시와 같은 세면도구를 반드시 가져와야 한다.
이렇게 사회에서 가져온 옷만 입고 생활하다가 체력검정이 끝나고 최종합격자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즈음 피복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티셔츠나 속옷, 체련화, 슬리퍼 등은 본인이 알아서 사이즈를 정해 가져갈 수 있지만 전투복은 피복측신 후 결정된 사이즈를 받게 된다. 물론 전투복 사이즈가 지나치게 맞지 않는 경우에는 교환이 가능하긴 하다. 조금 불편할 뿐…
전역자 중에서 전투복을 다시 입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군미필인 민간인 중에서도 전투복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하루빨리 전투복을 입고 싶어했다. 마치 부모님이 새 옷을 사다주셨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전투복을 받아들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훈육관 몰래 입어보는 예비후보생도 있었다. 훈육관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전투복을 입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투복 착용 체험의 시간! 전 예비후보생은 보급대대에서 받아온 전투복 상·하의, 야상내피와 외피를 입은 채로 장교교육대대 점호장에 대열을 맞춰 섰다. 훈육관들이 우리들의 전투복 상태를 확인해주는 시간이었다. 전투복이나 전투화가 너무 크거나 작은 예비후보생은 교환을 할 수 있도록 명단을 작성하였다. 가장 먼저 예비후보생끼리의 교환을 추진하고, 이것만으로는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보급대대에서 새로운 전투복을 받아와야 한다고 훈육관이 설명해주었다. 다행히도 나는 전투복과 전투화가 모두 잘 맞아서 생활관에 빨리 돌아와 쉴 수 있었다.
웃긴 건 내 룸메이트 중 한 명이 전투복 바지가 너무 커서 사이즈를 보니 110이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들어갈 수도 있는 크기의 바지던데… 정말 당황스러워 하는 내 동기의 얼굴 표정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재미있는 상황을 보면서 피복측신 컴퓨터가 그렇게 정확한 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교육사령부 항공의무전대
가입교 기간에는 교육사 항공의무전대를 정말 자주 간다. 특히 혈액검사나 소변검사에서 이상반응이 나온 예비후보생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모든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항의대에 가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있었던 동기는 2~3번은 추가적으로 항의대에 갔었던 것 같다.
항의대를 방문하는 이유는 각종 신체검사를 실시하기 위함이다. 장교후보생으로서 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건강 상태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신체검사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검사는 없지만 인원 수가 많기 때문에 대기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항의대에서 빨리 생활관으로 돌아오고자 한다면, 그 생각은 접는 편이 좋다. 기본은 3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본인의 검사가 모두 끝났더라도 말이다.
타이틀 이미지: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137기 촬영팀, 1~2주차 훈련사진, 공군교육사령부 홈페이지
군대를 두 번이나 가시다니요…
부러울 수는 없고, 그냥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군인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것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병 생활하면서 깨달았거든요.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이 군대를 두 번 갔다고 대단하다고 하시지만 저는 직업을 군인으로 가진 것이기 때문에 별로 훌륭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
제가 특별전형2 1차 합격해서 2차 면접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가입교 기간에 체력검사만 통과하면 별 탈 없이 최종합격하는거지요? 혹시 신체검사가 많이 엄격한가요? 조종분야가 아니더라도 안압검사나, 굴절률 검사를 하나요..? 룸메이트 중 신체검사에서 떨어지는 분이 있으셨는지오..?ㅠ 많이 떨어지나용? ㅠㅠ
신체검사에서 중요한 것은 혈액검사입니다. 혈당이니 간수치를 확인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제가 있을 때는 20~30명 정도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안과 검사는 안 합니다.
후잉 사용법 보러 왔다가 후배님 뵙고 가네요. 전 133기 헌병이었어요 ㅋㅋㅋ 항상 화이팅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ㅎㅎㅎ 훈련일지 연재글을 작성해야하는데 이제 수료한지도 3년이 넘어서 기억도 안 나네요 ㅎㅎㅎ
궁금한게 있습니다. 첫번째 체력검정은 1.5km인것은 알겠습니다.
근데 그 다음 푸시업 윗몸일으키기 3km는 언제 하는건가요?
1.5km는 가입교 기간에 하고, 3km는 임관 전 체력검정 기간에 합니다. 이건 임관점수에 들어갑니다. 지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는데 아마 동일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