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훈련일지 2. 신분전환식

공군 훈련일지 2. 신분전환식

공군 학사장교후보생의 3차 전형(가입교) 기간은 5일입니다. 하지만 보통 목요일쯤 되면 3차 전형 합격자는 비공식적으로 확정됩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면 공식적으로 합격자가 발표됩니다. 이날부터 장교교육대대의 분위기는 군대 캠프에서 군사훈련전문교육기관으로 바뀝니다. 바로 이때부터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공군 장교교육대대의 훈련이 시작됩니다.

 

분위기가 점차 바뀌기 시작하는 금요일

가입교 기간 금요일이 되자 훈육관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모든 훈육관이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이제부터는 몇몇 훈육관은 예비후보생들에게 반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통 목요일 정도가 되면 3차 전형 불합격자가 선별된다는데, 금요일부터는 예비후보생이 아니라 후보생이라고 보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금요일 오후가 되자 자신이 사회에서 입고 온 모든 옷과 승인되지 않은 물품들을 택배로 보내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였다. 이제 진짜 3차 전형에 합격한 것이었다! 장교대에서 생활할 때 승인된 물품으로는 스킨, 로션, 선크림, 보호대, 안경 등이 있었다. 나는 다른 건 안 가져왔고 스킨, 로션, 선크림, 그리고 건조한 눈을 위한 인공눈물을 가져왔다. 인공눈물도 승인 품목이다. 생활관에 있는 모든 승인된 물품을 복도로 가져가 검사를 받았다. 내가 있었던 곳은 2중대장님이 검사를 하셨다.

“빨리 빨리 움직여!”

2중대장님은 우리에게 반말을 하시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반말을 들어서 조금 어색했다. 사회에 있을 땐 반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지 않은가? 스킨, 로션, 선크림, 기타 물품 등 모든 검사가 끝나고 잠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방송이 나왔다. 전 예비후보생은 보급받은 체련복을 입고 충성관 강당으로 집합하라는 것이었다.

생활관에 있는 모든 예비후보생들은 충성관 강당으로 집합하였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이제 여기에 있는 예비후보생들은 후보생이 될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면서 앞으로 훈련을 받는 동안 생활관에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는지 훈육관들이 직접 설명을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훈육관마다 다른 직책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는 청소 방법을 설명하고 누구는 보급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3차 전형에 합격한 것이 확실시 되면서 동기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전보다는 강당에서 조용해진 것 같았다. 훈육관에게 잘못 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까. 이제 택배를 보내야 할 차례인 것 같은데 우리 물품은 전부 생활관에 있고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당에서 대기를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훈육관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더니 우리들에게 재활용전투복을 입고 다시 강당으로 집합하라고 지시하였다. 사회에서 가져온 모든 물품을 들고 말이다.

재활용전투복은 훈련을 할 때 입는 것으로 새 전투복을 더럽히지 않게 하려는 목적의 전투복이다. 총 3벌의 재활용전부톡이 지급된다. 어제 재활용전투복 사이즈를 교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나는 사이즈가 다 잘 맞아서 교환을 하지 않아도 됐었다. 우리는 재활용전투복을 입고 사회에서 가져온 옷, 승인되지 않은 물품, 가방 등을 가지고 강당에 집합하였다.

훈육관들이 택배박스를 나눠주었다. 우리는 평소대로 움직였다. 훈육관들의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빨리 빨리 하십시요!”

“시간 없습니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인원 수는 많고 투명테이프 수는 부족하고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투명테이프를 쓰자고 몰려든 동기들 사이에 낀 채로 움직이지 못 하고 있었다. 여름도 지났건만 왜 그렇게 더운지 몸에는 땀이 흥건하였다. 당황해서 빨리 움직이려고 하다보니 더욱 땀이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모든 인원이 택배상자를 봉인하는데 걸렸던 시간은 1시간, 시간초과였다. 완성된 택배상자를 충성관 현관 안쪽에 모아두고 강당에 돌아오니 어느 훈육관이 전천후로 집합하라고 하였다. 강당에서의 태도가 좋지 않다며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신분전환식

나는 신분전환식이라는 것을 동기들 사이에서 말로만 들었었다. 가입교 기간 중 태도에 따라 신분전환식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나는 신분전환식이 무엇인지도 몰랐었는데 금요일에 그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강당에서 빨리 뛰어나와 전천후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빨리 움직이라는 고함을 들으면서.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전천후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방금 전 보급 받은 우의를 입고 이동했다. 새 우의를 입어서 그런지 물이 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조금 신기했다.

전천후에 도착한 후 우의를 정리하여 한 곳에 정리하였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훈육관이 줄을 맞춰 서라고 했음에도 우리들은 어수선했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양팔간격은 해봤던 사람들 아니었어?!

“양팔 간격도 모릅니까?!”

한 훈육관이 단상에 올라가 우리에게 차려자세를 알려주었다. 차려 자세를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 것이었으나 몇몇 동기들은 노력을 했어야만 했다. 이때 잘 했으면 그 동기들은 일대일 동기부여 없이 신분전환식을 끝냈을 것이다. 나는 공군 병으로 훈련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차려 자세는 쉽게 할 수 있었다.

“현 시간부로 후보생으로 신분이 전환되었음을 전 훈육관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경어를 폐지하겠다. 군기소대장이 지난 가입교 기간 살펴봤는데, 군대 캠프 왔냐? 훈육관들이 보고 있을 땐 적어도 예의 있게 행동하는 게 상식 아니냐? 전체 엎드려!

엎드리는 자세는 등과 엉덩이가 일자로 쭉 떨어지는 모양이어야 했다. 이 자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굴은 정면을 바라보고 팔은 바닥과 직각이 되어야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해보는 엎드려 자세였기 때문에 초반부터 매우 힘들었다. 후보생은 힘들어도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소리를 내면 더 오랫동안 동기부여를 받아야 한다. 공군 병 훈련 때 훈육조교가 말해줬던 것이 생각 났다.

10분 엎드리고 일어나 몸 풀고, 10분 엎드리고 일어나 몸 풀고를 반복하였다. 몸을 푼다는 것은 차려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차려 자세 유지를 제대로 못 하는 후보생들은 훈육관에게 따로 불려나가 일대일 동기부여를 받았다.

여러 명의 훈육관이 우리에게 각자 소리를 지르고 일대일 동기부여를 받는 다른 동기의 고함이 사방에서 들리다보니 이곳이 지옥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신분전환식은 끝날 줄을 몰랐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의 한계가 느껴지면 몸을 풀어주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분전환식에 취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였다.

일대일 동기부여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던 나는 온 힘을 다 해서 자세 유지를 하였다. 엎드린 자세에서 조금만 몸이 내려가거나 무릎이 땅에 닿으면 또 일대일 동기부여다. 이것도 나는 무사히 넘어갔다. 일대일 동기부여 없이 신분전환식이 끝났다!

신분전환식을 마치고 충성관 강당으로 다시 이동했다. 그런데 재입대자는 잠시 한쪽으로 모이라고 해서 나는 그곳에 모이고, 다른 동기들은 강당으로 이동했다. 2중대장님께서 재입대자들에게 몇 가지 훈련 간 주의사항을 말씀하시고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입단식 대표 후보생을 원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셨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군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인지라 큰 행사에 있어서 대표 후보생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강당에 늦게 도착하였고 훈육관들이 무슨 말씀을 하고 있었다. 다이아를 쉽게 달 수 있을 줄 알았느냐? 힘들면 나가라! 등의 말씀이었다.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나는 죽어도 안 나간다, 다짐했다.

 

신분전환식이라는 첫 훈련을 마친 후

동기부여가 힘든 이유는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를 받을 때에는 좌절할 때가 많다. 이제 끝날 것 같으면서도 동기부여는 계속된다. 신분전환식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신분전환식의 끝은 훈육관만이 알고 있다.

충성관 강당에서 돌아오니 22시(오후10시)가 되어 있었다. 대충 생각해서 19시에 강당에 집합했으니 신분전환식이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것 같았다. 씻을 사람은 빨리 씻고 취침하였다. 입대 후 처음으로 신체적 한계를 느껴본 후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자니 꿀잠이 따로 없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내일은 주말인데, 생각하며.

 

타이틀 이미지: 공군 학사사관후보생 137기 촬영팀, 1~2주차 훈련사진(신분전환식), 공군교육사령부 홈페이지

2 Comments
  1. 안녕하세요, 공군학사에 관심 있는 사람입니다. 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혹시 이 이후로 더 연재한 글은 없으신가요?

    1. 늦게 답변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교육중이라… ^^;;;

      일단 연재 글은 앞으로 계속 작성할 예정입니다. 교육이 끝나면 연재글 작성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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